2008년 04월 21일
판타스틱 2008.4
Fantastique 판타스틱 2008.4판타스틱 편집부 엮음 / 페이퍼하우스(월간지)
창간호 구입 후 제대로 살펴보긴 처음이다. 한 달동안 꼼꼼히 읽어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D
소설
배명훈 <바이센테니얼 챈슬러> 현 정권이 짜증나고 인생이 우울해서 동면을 결심했거늘. "근데 이 크루즈, 인천에서 온 거야, 부산에서 온 거야?" 아무리 잠들고 깨어나길 반복해도 총통은 계속 집권 중이다. "유신이야?" "그러게."
로버트 하인라인 <너희 좀비들> 하인라인의 소설은 스타십 트루퍼스 이후 처음 접하는데, 역시 재미있었다. 겹겹이 꼬인 타임리프 설정이 뛰어나다. 난 당신이 끔찍이도 그립다.
로버트 실버버그 <황야의 길가메시> 신화 속의 길가메시를 비롯해서 역사 속의 악인들이 사후 한 곳에 모인다면, 그 곳이야말로 진짜 지옥 아닐까. 무리한 설정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그만큼 흥미진진하고 잘 읽힌다.
빌 밸린저 <기나긴 순간> 연재분 마지막 편이라 스포일러만 잔뜩 당한 느낌;
폴 윌슨 <아이들> 창간호부터 연재된 다이티타운 시리즈의 마지막 편. 1화를 재미있게 읽어서 그런지, 이 시리즈가 빨리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중간의 내용은 다 뛰어먹고 꼴랑 1화랑 마지막 편만 본 거지만;
루이스 캐럴 <실비와 브루노> 창간호에서 건너 뛴 글인데 이번에는 읽어봤다. 이 작품은 빅토리아 시대의 전형적인 소설들로부터 탈피한 새로운 양식을 만들려 했지만 당대에 이해를 받지도, 인기를 끌지도 못했다 라고 적혀 있는데, 충분히 이해가 간다. 주인공의 현실과 환상이 뒤섞여서 여기로 휙 저기로 휙 왔다갔다 한다. 재미없진 않지만, 음.
만화
권교정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 매우 좋아하는 작품이라 뭐라고 언급하기가 그렇다. 오히려 판타스틱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달까. 이번 호의 묘미는 나머 준이 감기로 앓아눕자 안절부절 못하는 지온을 보면서 측은하게 여기는 뮤의 모습이다. 후… 친구야. 네가 왜 이리 불쌍해 보일까?
박도빈 <망고가 있던 자리> 후편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는 것- 사람의 오오라나 음표의 색깔을 볼 수 있는 '공감각'을 가진 여자애의 이야기. 정말로 훌륭하고 뛰어난 예술작품이라면 공감각을 가진 이들은 바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예술의 진정성이 의문시되는 요즈음, 이들이야말로 이를 가려내는 감식자가 될 수 있을 거 같다. '정상인'과는 보이는 것 자체가 아주 다른 사람들. 훨씬 다채롭고, 풍부한 감각의 향연을 느껴보고 싶었다.
기획
확산과 침투의 30년, 일본SF를 돌아본다 여기에서 논하는 일본 SF는 SF소설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작품을 총괄한다. 외국소설 번역에서 시작한 일본SF는 자국 작가들에 의해 SF소설의 전성기를 맞았고, 이후 몇몇 작품이 영화, 만화로 각색되면서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SF란 애니메이션과 라이트노벨에서 독특한 설정으로서만 기능하지, 진지하고 제대로 된 SF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산 정조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 최근 시류에 편승한 느낌? 역사 이야기란 언제 들어도 즐거운 법이지만, 장르 잡지에서 다루기엔 벅찬 기획이 아니었나 싶다. SF의 대표적인 분야로 '팩션'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정조에 대한 여러가지 설을 정리하는 작업이 팩션과 직접 관계가 있는 건 아니다.
장르소설과 음악, 그 극상의 밀월 여기에 소개된 음반을 들어보고 싶긴 한데, 구하기 힘들 거 같다. 너무 호평일색이라 뭘 골라야할 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흥미로운 기사였다. 장르 소설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조합이 있을 텐데, 편집자나 독자들의 조합을 소개하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다.
인터뷰
일본 SF의 1세대 거장, 츠츠이 야스타카 츠츠이 야스타카는 여러 장르를 종횡무진하는 저돌적이고 열정적인 작가란 생각이 들었다. 그의 블랙 유머가 듬뿍 담긴, 시대 풍자적인 글을 읽어보고 싶다.
한국 추리소설의 대명사, 김성종 김성종은 아주 대중적인 추리소설 작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훨씬 진지하게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그 외 재미있었던 기사는 <샌프란시스코 서점가에서 보낸 일주일>, 느긋하고 적당한 여행의 분위기가 기사 속에 묻어나서 즐거웠다. 특히 <마이너 열전>과 <남들은 좋다지만> 같은 컨셉의 에세이는 다른 이의 삐뚫어진 고집, 취향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기 때문에, 앞으로도 판타스틱에서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임기종료> <엔더의 게임>과 같은 북 리뷰도 정말 이 책을 읽어보고 싶게끔 했다.
전체적으로, 소설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만 기사는 그렇지 않다. 기사를 기획할 때 방향성을 좀 더 고려해 주셨으면 한다. 기획 기사들은 처음 표제를 보았을 때 흥미가 동하진 않지만 읽어보면 재미있었기 때문에, 방향성을 제대로 잡는다면 더욱 훌륭한 기획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판타스틱이 1주년을 맞이하여 기쁘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by | 2008/04/21 02:51 | ― | 트랙백
살육에 이르는 병

